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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번호 : 20] [대학총장과 동문CEO의 만남]이효수 총장-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 - [게재일 : 2009-06-12 ]

게재지(방송명)
매일경제신문
등록일
2010-01-07 14:08:47
조회
4665
21세기는 `글로컬 인재`가 통하는 시대
생명공학등 녹색 분야 대학미래 움켜쥘 핵심
◆대학총장과 동문 CEO의 만남 (15) / 이효수 영남대 총장 - 이승한 홈플러스 그룹 회장◆

이효수 영남대 총장(오른쪽)과 이승한 회장이 글로컬 인재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현지화를 말하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을 합친 의미의 글로컬라이제이션은 21세기 기업들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현지 국가의 기업 풍토를 존중해야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화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공성을 구현해야 하는 대학에도 글로컬라이제이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와 아웃바운드(out-bound) 국제화를 함께 추진해 글로컬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한 홈플러스 그룹 회장도 "세계화와 현지화가 동시에 추진될 때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화와 지역 블록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실패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지 국가 사정에 밝은 글로벌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과 기업에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왜 중요한가?

▶이효수 총장=전 세계적으로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환기에는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대학, 기업, 국가가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 대학이 세계화와 현지화 모두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한 회장=기업 처지에서 세계화는 경영원칙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지화 없이는 결코 다국적기업을 뛰어넘을 수 없다. 즉 다국적기업에는 낯선 현지화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쳐도 시장과 고객, 상품만큼은 현지 기업을 따라올 수 없다. 월마트, 카르푸 등 세계적 유통업체들이 한국에서 쓴맛을 보고 철수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세계화와 현지화가 조화될 때 기업 경쟁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대학과 기업을 이끌어온 경험에 비춰볼 때 세계화와 현지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법이 필요한가?

▶이 총장=현지화에 실패하면 결국 글로컬라이제이션도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 가면 철저하게 중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려고 힘써야 한다. 현지화를 습관화한 뒤 이에 기반해 세계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현지화의 기반을 다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세계화를 추구할 수 없다.

▶이 회장=반석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서양 기업들이 과업ㆍ목표 지향적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동양 기업들은 팀워크와 헌신에 가치를 두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서양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이 돋보이는 반면,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은 업무와 관련된 광범위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가치가 다른 두 문화의 장점을 접목시킨다면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위한 든든한 철학적 배경이 될 것이다.

-경제위기의 시대에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두 축으로서 대학과 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가?

▶이 총장=성공적인 세계화와 현지화를 달성할 수 있는 국제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YU 글로컬 이니셔티브`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도덕적 인성을 기본으로 창의성, 진취성을 겸비한 `Y형 인재` 육성 정책이 그 핵심이다. 맞춤형 융ㆍ복합 전공제도를 도입해 연구중심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국제대학원을 신설해 제3세계 지도자, 차세대 리더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변경에 불과했던 샌디에이고를 세계적인 생명공학(BT) 클러스터로 변모시킨 미국 UC 샌디에이고처럼 세계적 수준의 지역거점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 회장=동양의 신바람 문화와 서양의 합리적 문화를 결합해 `신바레이션(Synbaration)` 기업문화를 창출한 것이 좋은 예다. 이는 신바람이라는 한국의 신명 나는 정서를 서양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신바람 조직문화는 실제 홈플러스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대학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경상북도처럼 섬유산업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의 대학에 글로벌 정보기술(IT)을 도입해 섬유디지털학과가 탄생한다면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취업 등 현실적 장벽 앞에서 학생들이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인데 그렇다면 대학의 인재 양성, 기업의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

▶이 총장=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인재 육성 역량은 전체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는 그만큼 대학이 시대가 원하는 인력을 양성하지 못함을 증명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업의 책임도 있다. 기업이 학점 등을 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하면서 학생들에게 진취성, 창의성을 교육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취업 원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바쁜 학생들에게 Y형 인재가 되기를 바라기는 힘들다. 기존 인재 선발방식이 결국은 부메랑이 돼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채용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 회장=기본적인 자격만 갖췄다면 학점보다는 인터뷰를 통해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대학이 공급하는 인력풀이 일반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지역사회, 기업 등과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


■ 녹색성장에 대해 

 이효수 총장과 이승한 회장은 국가적 이슈로 급부상한 녹생성장을 추진하는 데 대학과 기업이 선도적인 구실을 담당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대학이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면 녹색성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가 차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학과 기업에 녹색성장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총장=국가적 관심만큼이나 생명공학 등 녹색성장 관련 분야는 앞으로 대학 연구의 핵심 영역이 될 것이다.

환경공학 등과 연계해 녹색 에너지, 녹색 정책 등을 적극 연구하는 한편 기업의 녹생성장 활동에 필요한 인문ㆍ사회학적 틀을 제공한다면 대학 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건물 수백 개가 들어선 대학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곳이다. 이에 따라 녹색 캠퍼스를 조성해 후손에게 물려준다면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도 충실할 수 있다.

▶이 회장=순수 환경산업 시장 규모가 이미 한국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전방위산업을 합치면 녹생성장으로 창출할 수 있는 부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실제 10년 후에는 친환경차가 아닌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회사 설립 후 환경 지킴이 캐릭터를 만들고 그린 스토어를 표방하는 등 꾸준히 환경운동을 펼쳐온 것도 녹색경영이 기업경영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의 발 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사회에는 아직 녹색성장 바람이 본격화하지 않은 것 같다. 녹색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학들에 어떤 주문을 하고 싶은가.

▶이 총장=녹색성장에 관한 한 전 세계 대학이 비슷한 출발선상에 있다. 이는 녹색성장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대학의 미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임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일단 녹생성장 성공 사례를 적극 전파해 학내 구성원들 공감대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녹색혁신의 주체가 돼 녹색 캠퍼스를 실천하는 등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회장=현재 한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녹색성장 연구 초기 단계에 놓여 있다. 학생들 역시 지구온난화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등 환경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런 측면에서 녹색성장 필요성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 의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이후 적극적인 산ㆍ학협력으로 이론 개발과 현실 응용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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